작성일 : 19-08-22 00:58
메마른 땅에 솟은 생명수, 어린 꿈나무를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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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존 국제교육협력단 글로벌 나눔] <상> 캄보디아 오지에 우물·교사 관사 기증고재일 목사(가운데)가 지난 16일 캄보디아 씨엠립 깐투 마을 우물에 연결된 고무관에서 나오는 물로 아이들의 손을 씻겨 주고 있다.
“뜩 쏟, 쩡 퍽!”(깨끗한 물이다. 마시고 싶어!)

지난 16일 캄보디아 씨엠립 도심에서 서남쪽으로 30여㎞ 떨어진 깐투 마을. 우물 앞에 모여든 주민들이 우물에 연결된 고무관에서 물이 쏟아지자 환호성과 함께 손뼉을 치면서 외쳤다.

허공으로 치솟은 물줄기는 이내 소나기처럼 ‘후두두’ 시원하게 쏟아져 내렸다. 물을 맞은 주민들은 춤을 추며 기쁨을 표했다. 지하 200m 깊이에서 끌어 올린 지하수는 35도 넘는 폭염에 지친 주민들의 열기를 식히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 마을엔 우물이 없었다.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물물을 퍼 올리기 위해 설치한 소형 태양광 집광판이 마을 발전시설의 전부다. 우물이 생기기 전에는 연못에 고인 물을 마셨다. 연못은 마을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녹조가 가득한 연못에 다가서니 역한 냄새로 헛구역질이 나왔다.

라이 립(12)양은 “우물이 생겨 기쁘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어 “이제 더러운 물을 마시지 않아 행복하다”면서 “우물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물은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수인성 질병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수세식 화장실도 생겼다. 이런 변화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맞닿아 있었다.

깐투 마을에 우물을 선물한 건 세이브존 백화점의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단인 국제교육협력단(KOWEA·대표 고재일 목사)이었다. KOWEA는 깐투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관사도 지었다. 이 일을 위해 경기도 양서초등학교 교사와 교직원들도 정성을 보탰다. 관사가 생기기 전까지 3명의 교사는 교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을 자야 했다.

우물에 교사 관사까지, 마을의 숙원 사업들을 한꺼번에 해결한 주민들은 소박한 기념식을 준비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행사엔 KOWEA 대표 고재일 목사와 마효정 단장 등이 참석했다. 깐투 마을 주민과 교사, 지역 교육장이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했다.

마을이 속해 있는 쑤니콤군의 교육책임자인 쏙 헨 교육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그는 “외진 마을이라 나도 올해 처음 와봤다”면서 “이런 오지에 한국 분들이 찾아와 사랑을 나눠준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캄보디아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 이 마을에서 배출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깐투 초등학교 교사 관사에서 KOWEA와 깐투 마을 관계자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마 단장도 “KOWEA가 깐투 마을에 이런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길 소망한다”고 인사했다.

1998년 설립된 세이브존 백화점은 초창기부터 비영리선교단체 오렌지재단을 설립해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다문화자녀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35개 농어촌 미자립교회 리모델링 후원, 태안 기름유출 사고 복구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쳤다.

2008년 설립된 KOWEA는 해외 활동에 특화된 단체로 지난달 글로벌 교육 나눔 캠페인을 위해 국민일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세이브존 백화점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에 갤러리 ‘이색’도 개관했다. 이색은 전시할 곳을 찾지 못하는 청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공헌단체다.

씨엠립(캄보디아)=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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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날 위해 기도하며 우는지, 이들이 믿는 하나님이 궁금해져 교회 다니기로유대열 목사(오른쪽 첫 번째)가 1999년 9월 서울 송파제일교회를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교회 대표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유 목사가 탈북해 중국에서 생활할 당시 그를 위해 기도해 준 이들은 모두 이들과 같은 외국인이었다.

교회 안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피부색과 하는 말들도 모두 달랐다. 영어도 익숙하지 못한 나는 이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잠시 머뭇거린 나는 이내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순간 ‘저들이 과연 내게 좋은 사람일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교회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했던 누님의 말이 사실 같지 않았다.

하지만 땀을 흘려가며 거의 한 시간을 달려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었다. 교회란 곳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한번 보고라도 가자는 마음에 다시 문을 열고 예배실로 들어갔다. 맨 뒤에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한 사람이 앞으로 나가더니 기도를 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놀랍고 신비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기도하는데 하나같이 진지했다. 진실하고 간절해 보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 모습이 하나와 같았다. 북한에서도 모임이 있을 때는 모두 한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구호를 외친다. 그러나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감시와 통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감시와 통제가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토록 진지하게 마음을 다해 노래하고 기도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날 이후로 난 예배에 참석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가 조금씩 익숙해졌다. 영어로 진행됐던 설교도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배에 나오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인 것까지는 모르겠는데, 모두 착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교회 사람들도 내가 탈북자라는 것과 지금 살길을 찾아 헤매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던 어느 주일, 예배가 끝난 뒤 베이징경제무역대 미국인 교수 하비 테일러의 사택을 방문하게 됐다. 그의 집에 가보니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와 있었다. 점심을 함께 먹고 난 뒤 쉬고 있는 내게 테일러 교수는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를 일러줬다. 바로 나를 위한 기도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먼저 한 사람씩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더니 이내 방 안에 모인 모두가 내 주변으로 빙 둘러섰다. 그리고는 내 머리와 어깨에 손을 얹고는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이 형제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이 형제의 살길을 열어주시고 도와주시옵소서!”

한참이 지났을까. 내 어깨와 머리에 얹은 그들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모두 간절히 기도하며 울고 있었다. 그 기도 소리에 나도 울었다. 난 이제야 누님이 하셨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를 위해 기도하며 눈물 흘리는 이들은 사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난 국적 상실자다. 어디서도 보호받을 수 없는 사람, 잡히면 끌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아무 유익도 없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가 싶었다. 이들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일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혹시 이들이 믿는 하나님이 좋은 분이기에 이들도 좋은 사람일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이 내 마음속에 생겼다. 난 교회에 계속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일 예배 뒤 광고 시간을 통해 ‘공안 당국으로부터 외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기에 다음 예배 때부터 중국인은 참석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막막해졌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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